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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비나리
작성자
정영진
작성일
2019-02-24
조회수
606
작성자
정영진
조회수
606
작성일
2019-02-24
관람공연
공연을 검색해주세요.
봄 비나리는 이광수가 1978년 김용배, 최종실, 김덕수와 함께 탄생시킨 사물놀이 40주년, 1993년 우리 전통 연희를 보전 계승하고 발전시키고자 설립한 (사)민족음악원 20주년을 기념하고 뜻을 기리기 위해, 이광수와 함께 활동하다가 지금은 각자 한 분야에서 최고를 이룬 후배들과 이광수의 제자들이 모여 2019년 2월 19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펼친 이광수 헌정음악회이다.
공연장 문 밖에서 풍물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더니 안으로 밀고 들어와 신명의 소리로 극장을 가득 채우며 관객을 한없이 들뜨게 만든 문 굿과 길놀이가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이들의 맨 앞에는 이광수가 상쇠 잡이였고, 민족음악원 사물놀이 본대, 사물광대, 김운태와 연희단 팔산대, 한승석과 바라지, 김주홍과 노름마치, 장사익 소리판 찔레꽃 그리고 진옥섭이 뒤를 이었다.
이렇게 무대 위로 올라와 무대 중앙에 차려진 고사상에 절을 하며 봄 비나리는 막을 열었다. 무대 앞쪽에 차려진 또 다른 작은 고사 상에는 관객들도 함께 동참할 수 있었으며, 약 2시간 동안 펼쳐진 공연은 최고의 감동과 환희를 선물했다. 또 다시 이런 공연을 만나기는 어려울 행운과 행복을 만끽한 시간이었고, 이 공연의 관객이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칠순에 가까운 이광수가 꽹과리를 두드리며 민족음악원과 사물광대의 사물가락과 함께 온 집안과 가족의 건강과 무탈, 농사와 가축의 풍요와 풍년을 비는 기원(冀願)의 노래 비나리의 청아함과 애잔함은 신을 깨우며 천지를 감동시키고 가슴을 파고들어 만복이 넘쳐날 것 같았다.
전통 사물놀이를 현대와 접목하여 전 세계 60개국 200여 도시에 우리의 전통음악을 심어준 김주홍과 노름마치의 3대의 장구소리 소낙비는 한여름 무더위를 시원하게 씻어주는 소나기가 아름다운 화음으로 쏟아져 내려 상승하는 봄 비나리 열기에 환희 가득한 청량감을 더하여 주었다. 조선 왕 행진곡 대취타를 나발, 태평소, 나각(큰 소라), 북, 징, 장구, 꽹과리 등 관악기와 타악기소리에 김주홍의 구음을 더해 표현하면서, 관객을 동반자로 끌어들여 박수와 입으로 함께 따라하게 하며 극장을 온통 즐거움이 넘쳐나는 축제마당으로 만들어 버린 (Brass Rap 취타풍)의 마법은 참 대단하였다.
2012년 여수엑스포를 빛낸 여성풍물연희단 팔산대의 농악반주음악을 배경삼아 빙빙 돌다 펄쩍 뛰어오르고 흰 도포자락이 날개가 되어 따라 날던 김운태의 채상소고춤은 허공에서 몸을 뒤집는 자반뒤집기의 아름다움이 춤꾼의 60 나이를 의심하게 하였다. 상모가 쉼 없이 빠르게 움직이며 하늘을 수많은 하얀 선으로 채워가며 한 폭의 산수화를 그리고, 빙글 돌아가다 작은 궁채에 맞아 딱 하고 소리를 내며 번쩍 치켜든 버선발과 맞닿아 수줍은 듯 너울거리던 소고의 아름다움은 두 눈을 시리게 하였다.
판소리 5바탕 완창 소리꾼인 중앙대 전통연희과 교수 한승석이 무대 중앙 앞 쪽에 정좌하고 앉아 징을 엎어놓고 두들기며 상봉길경 불봉만리 만재수 발원.... 비나리를 노래하고, 그 뒤에서 바라지의 아쟁, 해금, 가아금은 애잔하게, 북, 장구는 진중하게 울어대자, 관객의 마음에는 기원의 구름이 뭉쳐지고 태평소와 대금 소리가 구름을 두둥실 띄워 날려 보내자 관객의 두 손은 저절로 합장하여 자신들의 축복을 빌고 또 빌었던 비손이었다.
사물놀이의 근간이라 하여도 틀리지 않은 이광수의 민족음악원 사물놀이 본대와 이광수의 제자로 구성된 사물광대의 삼도사물놀이가 1978년 영남, 호남, 중부, 지방의 농악소리 가락 중에서 으뜸 소리만을 모아 하나로 만들어 꽹과리, 북, 징, 장구, 4개의 전통 타악기의 두드림으로 탄생시킨 사물놀이가 40년이 지났지만 변하지 않은 올바른 소리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혼이 담긴 쟁이의 모습이 보였고, 땀으로 얼룩진 인고의 세월이 담겨 있었다. 무엇이 좋은 소리고 어떤 것이 아름다운 소리인지 구별할 줄은 모르지만 그냥 감탄과 감동이 춤추는 소리였다.
봄 비나리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풍성하게 만들어 준 장사익의 국악가요 메들리... 무슨 노래를 어떻게 불렀다 이야기 한다는 것은 나의 부끄러움을 보여줄 뿐이다. 관객이 기대한 찔레꽃은 없었지만 숨소리는 멈추었고 박수소리에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앙코르(encore)에 답하지 않은 진한 아쉬움이 몇 날이 지난 오늘까지도 가시지 않는다.
마지막 무대는 민족음악원 사물놀이 본대와 사물광대의 화려한 소고놀이 판굿으로 신명이 넘쳐나고 눈이 황홀하였다, 이들과 모든 출연자가 무대 인사와 함께, 정이월 다가고 삼월이라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장사익 아리랑을 부르며 관객과 어우러진 놀이판이 우면당 로비까지 이어졌다.
이렇게 봄 비나리가 감동과 환희의 축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최고의 출연자들이 보여준 훌륭한 공연과 국악무대에서 더 이상의 사회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 진옥섭의 입담과 위트(wit)가 빛났기 때문이다. 이광수 헌정음악회 봄 비나리를 위해 수고하신 모든 분께 따뜻한 고마움을 올리며 우리 전통예술 공연에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함께 할 수 있기를 늘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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