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사

05.18 공연을 보고나서

어떤 국악공연을 봐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고, 이왕 보는 거 제대로 된 공연을 보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날짜가 되는 대로 4월에 가야금 산조를 보러 가려 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 날 시간이 되지 않아 국립국악원에서 진행하는 ‘토요 명품공연’을 예매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국립국악원에서 진행한다는 것으로 안심이 되었고, 날짜나 시간, 위치도 적절하였기에 선정했습니다.
국립국악원의 건물모습과 환경은 오늘 날씨와 찰떡궁합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실내 공연이 진행된 우면당의 모습은 아담하면서도 국악공연에 집중할 수 있는 적정 크기였습니다. 단소나 거문고 같이 소리가 작은 악기도 뒷자리까지 잘 들렸고, 무엇보다도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악기 본연의 소리로 진행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A석과 B석 거의 다 찼으며, 관람객에는 외국인들도 많이 보였고, 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초등학생들의 경우 안내요원의 지적을 받을 정도로 연주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솔직히 화창한 날씨에 이렇게 좋은 공연을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단순히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다른 공연으로 바꾸었는데 이 날의 날씨와 풍경, 사람들까지 모두 맘에 들었습니다. 공연에 사용된 악기 모두 강의시간에 보았던 것들이었고 ‘아는 만큼 보인다’고 국악공연을 이렇게 집중해서 볼 수 있었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예컨대 아쟁의 소리는 일명 ‘아쟁총각’이 내는 소리와 정말 달랐고, 단소와 가야금 소리는 생각했던 것과 달리 부드러운 소리에 감탄을 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단소 같은 경우는 밤에 불어도 어차피 소리가 잘 안 나서 괜찮은 악기라고도 하는데, 이렇게 부드러우면서 힘 조절이 가능하고 떨림이나 음의 길이까지 완벽했던 대단한 무대를 보고나니 저의 실력이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가야금은 줄을 뜯어서 내는 소리라고 배웠지만 뜯는다는 느낌이 안 느껴질 정도로 평온하면서 또 강조를 할 때는 저도 모르게 연주자의 고개와 같이 이리저리 움직이게 되는 확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악기라는 것을 실제로 보고 와 닿았습니다.
이번의 주제가 악가무(樂歌舞) 인 것 답게 모든 요소가 치열하게 영역 다툼하는 것 같으면서도 전체적으로 멋있는 공연으로 합쳐져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구성에는 장구가 기둥과 같이 든든하게 자리매김했고, 조금한 몸집에 우렁찬 소리를 내는 피리는 그 구성을 알차게 만들었습니다. 매 순간이 하이라이트라고 생각될 만큼 감탄했고 이 무대를 위해 노력한 연주자와 명창, 무용단원들에게 큰 박수로 고마움을 표하였습니다.
학생들에게는 국악공연을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나라의 음악적 특징을 잘 느낄 수 있는 좋은 교육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배에 의한 형식, 장단, 세기, 관현악기의 음색, 여러 지역의 토리 등 다양한 음악요소와 개념들이 녹아들어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초등학생들은 긴 형식의 연주에 따분함을 느끼는 것을 보아 덜 느린 노래 아니면 판소리, 춤의 비중을 조금 높여 관심을 계속해서 이끌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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