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사

제례악으로 들어보다

종묘제례악은 몇 번을 들어봐도 어려웠다. 익숙하지 않음이 가장 크리라. 종묘제례악도 모르는데 4가지 제례악을 듣고자 한 것은 이번에 제례악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자 함이었다. 오히려 문묘제례악, 사직제례악, 경모궁제례악 등 그동안 잘 들어보지 못했던 제례악을 한번에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공연 전에 유튜브에서 관련 동영상을 한번 들었고, 공연장에 일찍 가서 리플렛을 천천히 읽어 보았다. 종묘제례악을 풍류 음악이 아닌 제사 지낼 때 사용하는 음악으로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마음을 바꾸니 음악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정악단에서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음악에 집중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를 배려를 한 덕분에 감상을 오롯이 할 수 있었다.

첫째, 일무를 배제한 것이 음악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영 예술감독은 리플렛에서“음악에 집중하도록 일무를 배제하였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일무와 함께 감상하는 것에 익숙한데, 일무없이 제례악을 듣는 것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지만, 눈에 시선을 뺏겨 음악 감상의 소홀하지 않고 음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둘째, 김영운 선생님의 해설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과 끝나고 나서 각각의 공연과 우리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악기 등에 대한 설명 등 제례음악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잘 와닿았다. 학교와 현장에서 국악의 전도사로서의 삶이 설명에 잘 묻어났다고 생각한다. 김영운 교수님이 국악방송에서도 국악을 널리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시리라 믿는다.

셋째, 적절한 동영상과 소품의 사용도 인상적이다.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향불의 연기와 함께 향로가 무대위로 올라오면서 제례악이 연주된다. 마치 조상신을 불러 온 것 같은 경건한 분위기였다. 또한, 무대 후면에서는 축, 어, 등 흔하게 볼 수 없는 악기를 영상으로 클로우즈업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제례악이 시작될 때마다 영상이 은은하게 흘렀다. 문묘제레악에서는 성균관이, 사직제례악에서는 사직단, 경모금 제례악에서는 경모궁터, 종묘 등의 영상을 수분간 보여주었다. 다만, 일부 영상은 몰입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 경모궁제례악은 혜화동에 있는 터를 보여주는데, 현대식 건물들 속에 있는 터는 오히려 곡을 감상하는데 방해가 되었다. 굳이 무리하게 영상과 음악을 맞추려 하지 말고 시대와 인물에 맞추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 보았다.

공연 순서를 문묘제례악에서 사직제례악, 경모궁제례악, 종묘제례악 순으로 들으면서 앞의 두 곡과 뒤의 두 곡이 새삼 대비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종이 종묘제례악을 만들면서 “선왕이 살아서는 향악을 듣고 죽어서 아악을 듣는다”했다는 말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문묘제례악의 단순하고 경건한 느낌을 주는 음악과 달리, 종묘제례악의 보태평과 정대업은 노랫말에 맞게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도 위엄있고, 힘차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러한 순서상의 배려가 국악의 초심자로 하여금 제례악에 대하여 작은 재미를 주었다. 우리들은 국악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런 점에서 종묘제례악이야말로 우리의 선조들이 창조적으로 계승 발전시킨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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