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사

궁중무(정재)에 대하여 보다 많은 이해를 하다

3년전 국악 공연을 처음 찾아서 보던 시절 토요명품공연이 갔을 때다. 공연 안내서에는 춘앵전이 있었다. 그림에는 춤이 나와 있는 사진이 있어, 춘향가와 춤이 결합된 공연인가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실제 공연을 보고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궁중무를 처음 보았을 때의 낯섦과 지극히 정적이고, 춤 동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몰랐던 것으로 인한 당혹스러움. 물론, 내가 사전에 우리것을 너무 몰랐구나라는 생각은 당시 들지 않았다.

이후에 공연을 조금씩 더 보고, 국악을 찾아 듣고, 전통춤에 대하여 약간의 이해를 넓혀갔지만, 그래도 궁중춤은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특히, 궁중무 중에서 조선 순조때 만들어졌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는 조선 순조 시기는 영정조 시대의 르네상스가 저물어 가며, 세도정치로 가는 암울한 시기였다. 그런 시대에 궁중 정재가 많이 만들어지면서 예약이 발달하였다는게 이해가 안됐다.

이후 효명세자에 대하여 알게 되었고, 이번 '동궁 세자의 하루(이하 동궁)' 공연을 예매하고 기대렸다. 특히, 코르나 19로 대면 공연이 취소된 후 재개하는 첫 공연이어서 더욱 의미가 컸다.

이 극은 무용극 '처용'과 같이 궁중 무용을 소개하는 종합극이다. 효명세자가 만든 궁중무용을 소개하는 것은 무용단이지만, 정악단, 민속악단, 창작악단원이 같이 참여한다. 무용단을 제외하고 가장 인상적인 것은 효명의 역할을 맡은 정악단의 박진희이다. 국립국악단의 블로그에서 박진희를 소개하는 글을 보지 않았더라면, 정악단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그녀가 정악단이라고 분류하는게 나의 잘못일 수 있다. 정악단이면 어떻고 민속악단이면 어떠한가. 국립국악단원으로서 효명세자의 역할을 노래와 연기를 잘 표현하면 그만. 이후에 유튜브에서 '박진희 & 정가'로 검색해 보았다. 국악방송에서 가사 '매화가'를 편집하여 부른 것을 들어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내가 너무 정가를 과거의 노래로 한정지었던 것이다.

국립국악원의 '동궁'과 같은 시기에 공연한 국립극장의 '춘향'을 비교해보니 이제 국악 공연자들에게는 소리외에 무용과 연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리꾼(판소리)이 창극에서 사랑가 노래를 춤과 함께 부르고, 가객(정가)이 무용극에서 궁중무용을 가르친다. 장르가 섞이고, 종합예술화 되어 가고 있는 현대에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관객에게는 즐거운 일이지만, 공연자에게는 더욱 힘이 드는 일이다.

'동궁'은 효명세자가 만든 궁중춤과 함께 전해져 내려오는 궁중무용 10개를 소개한다. 특히, 전체 극의 스토리 속에서 춤이 소개되는 것이 좋았다. 세자 책봉과 함께 소개되는 '박접무'. 백성들이 역병으로 고생하는 것을 보고 역신을 물리치기를 기원하는 마음의 '무고'. 정조대왕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알 수 있었던 '영지무'. 효명세자가 어머니의 생신을 기념하기 위하여 만든 '춘앵무' 등. 효명세자의 탄생전부터 탄생, 성인의 시기까지 일생에 걸쳐 궁중무가 자연스럽게 소개되었다.

이 공연으로 한번 더 깨달은 것은 조선시대 '예(禮)와 악(樂)'의 역할이다. 공연 소개 리플렛에는 '효명세자가 바라던 이상형의 나라'에 대한 소개 글이 있다.
"효명세자는 문화와 예술을 통해 나라와 백성을 온화하게 다스리고자 하는 꿈이 있었습니다. ~ 궁중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약사상입니다. 엄격한 법과 무거운 벌로 나라를 다스리는 것보다 예(질서)와 악(조화)으로
백성에게 교훈을 주고 바른 길로 이끌고자 하는 염원을 고스란히 궁중예술에 담았습니다. ~ 결국 효명세자는 예술을 통해 부모를 향한 효심과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왕실의 안정과 화합을 이루어내고 싶었던
것입니다."

비록 효명세자가 단명하여 조선은 다시 한번 융성할 기회를 놓치고 쇠퇴하게 된다. 하지만, 효명세자가 남긴 궁중음악은 그의 정신과 함께 내려오고 있다. 예와 악으로 왕실의 위엄을 세우고, 백성을 다스리고자 했던 효명. 과거와 달리 현재 예술의 역할은 일부 달라질 수 있지만, 우리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옛날에 장악원이 그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국립국악원이 이어받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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