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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행사 | 국립국악원

교육·행사

[공모] 음악극 ‘공무도하’ 관람 후기

음악극 ‘공무도하’ 관람 후기
 
 
   어쩌면 우리 고대시가 중 가장 뛰어난 서정시일 수도 있는 ‘공무도하가’가 음악극으로 만들어
져서 공연된다는 소식은 무척이나 기쁘고도 놀라운 소식이었습니다. 짧은 시의 이면에 있는 이
야기의 비극성이나 비장함을 넘어서, 우리의 판소리와 우리음악으로 이것을 어떻게 재현할 것
인가에 대한 기대는 큰 호기심과 기대를 가지고 공연일자를 기다리기에 충분한 동기가 된 것
이 사실입니다.

  도시에도 달이 뜹니다. 휘영청 보름달조차 도시의 휘황한 야경 아래서 빛을 읽게 되고, 그 밤
에 사내는 마치 갈 곳 없는 나그네처럼 자기가 살던 곳이며, 가족의 연락처조차도 기억하지 못
하는 외로운 이방인이 되어 있습니다. 무대는 시공을 넘나들어 타국 땅 연변에서 만난 북한 여
인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녀가 이미 아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인을 합니다. 그러나 그녀(순
나)는 홀연히 사라져 북으로 넘어갑니다. 그녀를 찾아 사내는 아이를 데리고 위험한 북한으로
도강을 하고, 급기야 북한당국에 잡히지만 순수한 사랑의 끈과 믿음은 놓지를 않습니다.
 
   다시 공간은 바뀌어 술병을 손에 쥔, ‘온통 하얗게 센 머리카락을 풀어헤친 넋이 나간 노인’
(백수광부)이 물결 거센 강을 건너려고 합니다. 멀리서 그의 아내가 달려와 엎어져 울부짖으며
‘그대 제발 건너지 말고 돌아오구려’ 쥐어짜듯 외치지만 그만 세찬 물살에 휩쓸려 늙은 사내는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앞으로 나 혼자 어떻게 살라고요...’ 여인네의 절규가 심금을 울리는 판
소리가락으로 길게 여운을 남기며 무대를 채웁니다.
 
  음악극 ‘공무도하’는 단순한 소리로만 이루어진 극이 아니라 마치 오페라와도 같이 복합적인
장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물론 뛰어난 소리꾼들의 판소리가 판을 끌고 가지만, 무용수와 악
사와 배우들이 하나가 되어 소리를 들려주고, 몸짓을 보여주고, 귀에 쏙 와닿는 이야기를 해줍
니다. 그 가운데 사내가 사랑하는 여인 ‘순나’가 신단수를 지키는 신딸로 설정되어 굿판을 보
여주고, 정가곡이며 시창 뿐만 아니라 최고의 백제가요인 정읍사, 신라의 처용가, 극의 내용과
부합되는 파인 김동환의 ‘국경의 밤’까지를 잘 버무려서 무대를 꾸밉니다. 백수광부와, 순나와,
사내의 가슴에 응어리져 있는 실금이 더 커져서 심장이 터져버릴지, 아니면 잘 아물어 낫게 될
지는 관객의 몫이겠지만 시공간을 넘나들며 일관되게 흐르는 안타까움과 한의 민족정서는 손
에 집힐 듯 말 듯 지척에서 아른거립니다. 갈 곳을 읽은 현대인의 절규나, 한탄하면서 강을 건
너다 물에 빠지는 백수광부의 외침이나, 그 지어미의 처절한 부르짖음이나 공통성을 가지고,
판소리라는 장르를 통해 조금도 거부감 없이 심금을 울리며 다가옵니다.
 
  과연 물에 빠져 죽은 노인이 슬프게 생을 마감한 것일까요? 맘에 없이 슬픈 인생을 사는 현
대인의 슬픈 자화상이 마냥 비극적이기만 할까요? 어쩌면 자유를 찾아, 구원을 찾아 피안의
세계로 스스로 넘어간 것이 아닌지 모릅니다. 달이 지고 나면 해가 다시 떠오르고, 언제 그랬
더냐는 듯 일상이 시작됨과 마찬가지로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져오는 인간 본
연의(민족정서) 성정은 이 다음 아득한 멀리까지 이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극을 보고 난 후 ‘황조가’와 더불어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지닌 ‘공무도하가’가
통일이나 민족, 이념이라는 소재를 투입함으로서 그 서정성이 좀 희석됨이 아쉽기는 하였습니
다. ‘동명왕편’ 같은 민족 서사시가 이런 장르로 재현될 때는 그런 소재가 적합하겠지만 공무도하의 노래는 보다 서정성이 강했으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극 ‘공무도하’같은 시도는 대단히 흥미롭고 바람직한 모습입니다. 즐겁게 공연을 관람 한 후 앞으로는 이런 종류의 음악극들이 더 자주 창작되고 발
전할 것이라고 기쁜 마음으로 기대해봅니다.  예악당을 나서면서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님아, 저물을 건너지마오....하늘을 울릴듯한 처절한 외침이 노래가 되어 자꾸만 귓전을 맴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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