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사

2022.05.21 공연을 보고

이 연주회를 고른 이유는 제가 남부터미널 부근에 거주하기도 하며, 평소 국악 공연을 관람하고자 했는데 마침 저와 맞는 시간대인 토요일에 매주 공연이 있어 예매하게 되었습니다. 일 년동안 진행이 되는데 매주 다른 구성으로 연주회가 진행된다는 점이 큰 호기심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만큼 모든 곡을 연주하는 데 있어 자신이 있는 것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작년에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다담’ 공연을 관람한 적도 있고, 예술의 전당에서 어렸을 때부터 공연을 자주 관람했기에 새롭게 와닿은 것이 있다기보단, 어렸을 적 추억도 많이 떠오르고 한여름에 성인이 되어 이 공연을 보러 오는 것은 처음이지라 익숙한 듯 설렜습니다. 공연장 역시 작년에 관람했던 곳과 동일했으나, 공연의 주제가 완전히 다르고, 이번엔 연주 중심의 연주회라 음향에 더욱 신경 쓴 느낌이 났고, 공연을 보는 내내 좁은 공간이지만 공간 활용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람 인원은 50명 내외였습니다.

첫번째 곡은 ‘낙양춘’으로. 수업 시간에 자주 언급되었던 곡이라 영상으로도 시청한 적이 있어서 가장 기대가 많이 되었습니다. 이 곡은 12세기 전후 송나라에서 고려에 소개되어 당시 가장 사랑받는 곳으로 뿌리 내렸고, 조선시대에는 궁중연회 등에서 연주되었다고 합니다. 공연 시작 전에 편종과 편경이 무대에 배치되어 있는 것을 보고 괜시리 반가웠습니다. 이 곡은 관악합주 편성에 편종, 편경 등 타악기가 어우러져 있어 농현과 시김새가 풍부한 향악과 달리 선율 진행은 장식이 없이 비교적 단순하게 진행되어 고전적인 느낌을 줍니다. 편종, 편경의 타악기 울림과 여러 명의 악사가 시를 노래하는 창사, 그리고 당피리 중심의 선율이 조화를 이루어 독특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낙양의 이른 봄날, 멀리 떠나간 연인을 기다리며 방을 지새운 여인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하는 이 곡의 주제 의식이 매우 잘 느껴졌습니다. 이미 ‘봄’은 지나갔지만, 낙양의 ‘봄’이 어떤 계절인지 알 수 있었던 연주였습니다.

두번째 곡은 ‘침향춘’으로, 조선시대 순조 때 창작된 향악정재입니다. 춤의 제목처럼 춤은 봄날의 향기를 만끽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무용수는 두 개의 화병을 가운데 두고, 꽃을 어루만지다가 꽃 한 가지를 꺾어들고 상대하며 춤을 추는데, 두 무용수는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칼군무를 보여줍니다. 화병에 꽂혀 있는 꽃가지를 뽑아 들고 추는 춤사위를 통해 미인과 꽃의 아름다움이 매우 잘 표현된 것 같습니다.

세번째 곡은 ‘가야금, 거문고 합주 도드리’입니다. 도드리는 ‘되돌아 든다’는 뜻으로, 고려시대부터 전승되는 궁중음악인 보허자 중에서 반복되는 선율을 일부 변화시켜 만든 음악이라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가야금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 연주도 기대가 굉장히 많이 됐는데요, 곡 중간 부분에서 처음 선율로 돌아가는 연주 방식을 통해 감정 표현을 절제하고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선비들의 마음이 잘 담겨있는 것 같아 조선시대에서 듣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밤에 들려올 듯한 연주였습니다.

네번째 곡은 ‘산조합주’로, ‘민속기악 독주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산조를 합주 형태로 재구성하여 무대작품화 한 것입니다. 민속악에서 제공하는 자유로운 즉흥성과 풀고 맺음의 긴장감이 절묘하게 배합된 기악합주곡입니다. 원래는 독주곡인데, 여럿이서 연주를 하니 보다 안정적이고, 음색이 풍부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다섯번째 곡은 ‘장한가’로, 국수호의 한량무 작품을 뜻합니다. 한량무는 대표적인 남성춤으로 부산,경남 지역의 오광대놀이나 야류에 등장하는 양반역할을 독립시킨 대표적인 마당춤입니다. 남성 안무가의 표정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완전히 음악에 몰입하여 춤을 추는 듯했는데, 이는 음악이 훌륭한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무대를 넓게 안무가가 쓰고, 오른쪽 작은 공간에서 장구, 가야금, 좌고 등이 연주되었는데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주어 전반적인 곡의 완성도가 올라간 것 같습니다.

마지막 곡은 ‘룡강기나리: 타령주제에 의한 룡강의 꿈’으로, 양승환 작곡가가 만든 곡입니다. 이 곡은 시작 전에 촬영이 가능하다고 하여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때때로 남도나 경기민요 선법이 출현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서도 민요 선법을 포함하는 서양음악의 다양한 선법을 사용하여 다양한 분위기가 연출되었습니다.

저는 ‘국악개론’ 강의를 수강하고 있어서 이 공연이 더욱 잘 다가왔습니다. 평소에 사진으로만 보던 악기들이 눈앞에서 연주되는 모습을 보니 반가웠습니다. 사실 이전에 관람했던 국악 공연에서도 본 적이 있었지만, 그것의 명칭과 쓰임새를 잘 모르고 넘어갔는데, 이번 공연을 관람하기 이전에 공부를 하고 보니 더욱 좋았습니다. 또한 좋아하는 가야금 연주를 오랜만에 들을 수 있어 기뻤습니다. 가야금은 다른 악기와도 잘 어울리지만, 거문고 합주에서 가장 빛이 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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